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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12) 지독지애(舐犢之愛) 구로지은(劬勞之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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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12) 지독지애(舐犢之愛) 구로지은(劬勞之恩)
  • 이형로
  • 승인 2024.04.2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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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사랑•은혜 새기는 5월
- 세상 아무리 변해도 흔들릴 수없는 가치
지독지애(舐犢之愛)는 후한서 양표전에서 유래한 성어로 ‘늙은 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 사랑’과 같은 부모의 자식 사랑이 지극함을 의미하며, 구로지은(劬勞之恩)은 ‘나를 낳아 고생하며 길러주신 어버이의 은덕’을 뜻하는 말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로 이어지는 5월 ‘사랑과 은혜’의 가치를 되새겨본다. (사진=인터넷 캡쳐)

꽃대궐 고궁의 봄을 화사하게 장식하던 석어당 뒤의 두 그루 산복숭아. 진분홍꽃은 어느덧 지고 잔향은 바로 옆에 오랫동안 이웃하고 있는 수수꽃다리 향기에 묻혀있다.

산복숭아는 중국 황하 유역의 고원지대 및 동북부와 우리나라 산간 지역에서 쉽게 볼 수있는 나무다. 개복숭아, 까틀복숭아, 돌복숭아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산도(山桃)라 하며 열매에 유달리 털이 많아 모도(毛桃)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생김새와 시큼털털한 맛 때문에 민간에서는 거의 찾지않는 과일이었으나, 요즘들어 천식, 기관지염 등의 완화에 효과적이라 알려지면서 약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열매는 주로 빨갛게 익기전 파란 것을 약용으로 하는데, 이때는 매실과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다. 매실과 마찬가지로 술을 담거나 청으로 만들어서 복용한다.

지난봄에 동료인 조 선생은 산복숭아가 기관지에 좋다는 말을 듣고 딸을 위해 청을 만들어 먹였더니 효과가 있었다며 올해도 담글거라 한다. 조 선생은 산복사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과 동시에 자식을 떠올리는 천생 어쩔 수없는 아버지다.

조조는 촉한의 한중 땅을 놓고 유비와 격돌했는데, 시일이 지나면서 군량미가 떨어져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다. 비록 승리한다 해도 한중을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철수해야 할지 진격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어느날 저녁 조조가 닭국을 먹고 있는데 부장 하후돈이 들어와 그날의 군호를 물었다. 조조는 무심결에 '계륵(鷄肋 닭갈비)'이라 대답했다. 계륵은 먹을 것은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으로 한중 땅을 비유한 말이었다. 

조조의 속마음을 알아챈 참모 양수(楊脩, 175~219)는 군사들과 함께 퇴각 준비를 하였다.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챈 양수의 총명함에 질투심을 느낀 조조는 한중에서 철수한 뒤 군사들의 마음을 어지럽혔다는 핑계로 양수의 목을 베었다.

시간이 좀 흘러 조조는 양수의 아버지 양표를 만났다. 너무 수척해진 양표를 걱정하는 인사를 건네자 그는 ‘愧無日磾先見之明 猶懷老牛舐犢之愛 괴무일제선견지명 유회노우지독지애, 부끄럽게도 김일제 같은 선견지명도 없이 저는 그저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 사랑만 품고있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바로 낯빛이 바뀌었다. 김일제는 흉노 휴도왕의 태자로 한무제 때 곽거병이 흉노를 공격했을 때 항복한 후 한무제에게 충성을 다 바쳐 총애를 받았다. 그는 특히 아들 교육을 엄격하게 시켰는데, 큰아들이 한무제의 총애를 받아 방종해지자 죽이기까지 한 인물이었다. 

양표는 김일제처럼 주군의 심기를 건드린 아들을 먼저 죽이지 못해 그 걱정으로 자신이 수척해졌다는 지독한 힐난이 섞인 대답을 한 것이다.

이는 '후한서 양표전(後漢書 楊彪傳)'에 나오는 일화로 여기서 '지독지애(舐犢之愛)'란 성어가 유래한다.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 사랑'이라는 뜻으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비유한 말이다. 지독지정(舐犢之情), 노우지독(老牛舐犢) 혹은 '연독지정(吮犢之情)'이라고도 한다.

덕수궁 석어당 뒤의 만개한 산도화(山桃花). 연로한 부모나 어린 자식을 위해 천식, 기관지염에 좋다는 산복숭아 열매를 땄다는 일화는 부모의 자식 사랑과 자식의 부모에 대한 은덕을 일깨워준다. (사진=이형로)

얼마 전에 우연히 이런 기사를 봤다. 한 60대 아들이 어느 집을 지나다 담밖으로 개복숭아가 열린 것을 보고 평소 천식으로 고생하는 늙은 아버지를 떠올렸다. 집주인에게 사정 얘기를 하고 얻던가 사던가 할 생각으로 대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맛없어서 먹지도 못하는 개복숭아 몇개 따간들 어떠랴라는 생각에 한 봉지 따서 가려는 순간, 마침 외출에서 돌아오던 집주인과 맞닥뜨렸다. 집주인은 다짜고짜 112에 전화부터 했다. 함께 파출소에 가서 사내의 자초지종을 들은 집주인은 오히려 더 미안해했다.

집주인의 노모도 천식이 있어 매년 개복숭아청을 만들어 드렸는데, 바로 오늘 시장에서 설탕을 사가지고 오던 길이었다고 한다. 그때 웬 사내가 복숭아를 따가지고 가는걸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112에 신고부터 했다는 것이다.

주인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사내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사내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 복숭아를 한 보따리 더 따주어 보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늙은 어버이를 생각하다 벌어진 해프닝이었으나 해피엔딩으로 끝나 다행이었다.

어버이 은혜를 우리는 '구로지은(劬勞之恩)'이라 한다. '자기를 낳아 고생하며 기른 어버이의 은덕'을 뜻하는 말이다. 이는 시경 소아(小雅) '요아(蓼莪)'편에서 유래한다.

‘哀哀父母 生我劬勞 (애애부모 생아구로)
父兮生我 母兮鞠我 (부혜생아 모혜국아)
拊我畜我 長我育我 (부아축아 장아육아)
欲報之德 昊天罔極 (욕보지덕 호천망극)‘

‘아 애닯다 우리 부모 나를 낳아 수고하고 고생하셨지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셨으니
나를 보듬어 먹여 주시고 키우고 길러주셨네
그 은덕 갚으려 해도 하늘 같은 큰 은혜 갚을 길 없네‘

당시 한 아들이 자신을 아껴주시던 부모님을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다 전쟁 통에 돌아가시게 되자 후회하며 애달픈 심정을 표현한 노래다.

요즘은 '시절이 하 수상하여' 세상에는 별난 부모나 자식들도 있지만 보통의 부모와 자식이라면 위의 이야기처럼 부모는 자식에게 애정을 쏟고, 자식은 부모의 은혜를 생각함이 '보통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인정' 즉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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