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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58) ‘국민필기구’ 모나미153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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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58) ‘국민필기구’ 모나미153의 의미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4.06.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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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년간 36억개 판매…볼펜 넘어 경제적•문화적 성장 상징
- 제품명 고(故) 송삼석 회장이 작명…종교 등 3가지 뜻 담겨
고 송삼석 모나미 회장과 ‘국민필기구’가 된 모나미 153 볼펜. 1963년 5월1일 출시이후 61년간 36억개가 판매된 모나미 153은 단순한 볼펜을 넘어 우리나라의 경제적•문화적 성장을 상징하는 제품이다. (사진=모나미)  

고(故) 송삼석 회장이 만들어낸 모나미는 우리나라에서 필기구의 다른 이름이다. 볼펜하면 무의식적으로 모나미가 떠오를 정도로 국민펜 그 자체가 됐다. 조미료의 ‘미원’이나 소주의 ‘진로’와 같이 상품이 산업이 됐다.

필기구 산업에 혁명을 불러온 ‘모나미 153’ 볼펜은 1963년 처음 출시됐다. 당시 서울시내버스 요금인 15원으로 가격이 매겨졌는데 초기에는 잘 팔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워낙 만년필이나 펜과 잉크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업사원들은 잉크로 작성된 문서에 일부터 물을 엎질러 번지게 하고 153 볼펜을 꺼내 대신 써주는 식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모나미의 탄생은 1962년 4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산업박람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박람회에 한국의 광신화학공업이 일본의 한 문구유통업체와 같이 참가했다. 송삼석 광신화학 회장은 일본측 유통업체의 과장이 주머니에서 만년필도 아닌 뭔가를 꺼내 문서를 작성하는 모습을 봤다. 이 생소한 필기구가 볼펜이었다. 

번지지도 않고 휴대하기도 편리한 볼펜에 매료된 송회장은 이를 한국에서도 생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오토(AUTO, 지금은 OHTO로 개칭)라는 볼펜 제조업체를 소개받았다. 오토측은 광신화학에 유성잉크 제조기술을 알려주는 대신 팁이나 볼 등 볼펜 재료를 자기회사에서 수입해 쓰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워 협력에 들어갔다. 

핵심은 플라스틱 관에 농축 잉크를 집어넣는 기술과 그 잉크를 조금씩 흘러나오게 하는 볼펜 팁 기술 두 가지였다. 수천번의 실패 끝에 1963년 5월1일 드디어 첫 제품이 탄생하게 됐다.

모나미 153 볼펜의 제품명은 송삼석 회장이 직접 명명한 것으로, 종교적 의미와 한국인이 좋아는 숫자 갑오(9), 출시당시 판매가격 등 3가지의 뜻이 담겨있다. (사진=모나미)

모나미 153 제품명은 송삼석 회장이 직접 작명했다. 그 뜻은 종교적 의미를 비롯해  세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베드로가 하나님이 지시한 곳에서 153마리의 고기를 잡았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는 성경 요한복음 21장에서 영감이 나왔다고 한다. 하나님의 뜻, 순리를 따르면 그만큼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두번째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갑오’, 즉 가장 큰 숫자인 9를 만들 수 있다(1+5+3=9)는 뜻이기도 하다. 세번째는 판매가격 15원에 모나미가 만든 세번째 제품이라고도 해석된다.

모나미라는 상품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지자 발매 4년후인 1967년도에는 회사 이름을 광신화학공업에서 아예 모나미 화학공업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후 꾸준한 기술개발로 볼펜 팁과 볼 등의 부품도 모두 국산화에 성공해 해외 수출에까지 이르렀다. 

모나미 153의 대히트 이후에 모라니 (Morani), 모나니(Monani) 등의 짝퉁이 나오기도 했으나 오래지 못해 도태되고 품질만큼은 모나미를 따를 볼펜이 없다는 이미지를 시장에서 확실히 굳히게 됐다.

모나미는 153볼펜 출시 50주년을 맞은 2014년, '153 리미티드 1.0 블랙‘을 1만자루 한정판으로 선보이며 프리미엄 전략을 본격화했다. 제품가격이 300원이던 153 볼펜을 2만원대에 판매하는게 가능할까 하는 우려도 있었으나 출시 이틀만에 완판되며 문구류의 고급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세련미를 덧입혀 프랑스 ‘몽블랑’에 버금가는 명품으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에따라 ‘153 러브’, ‘153 독도’, ‘153 패션’ 등 10여개의 프리미엄 볼펜을 잇달아 출시했는데 지금은 프리미엄 문구류의 매출증가율이 연평균 16%에 달해 성공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출시이래 61년간 36억자루가 팔린 모나미 153의 발전은 단순한 필기구의 역사를 넘어선 한 나라의 경제적, 문화적 성장을 상징하기도 한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로 국민들에게 다가선 모나미 153은 오늘날에도 한국인의 일상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나미 153은 한국의 경제성장 역사에서 단순한 볼펜이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공유된 추억이자 명품의 상징으로서 계속해서 기억될 것이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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