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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16) 김호중과 화복무문(禍福無門) 자작지얼(自作之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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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16) 김호중과 화복무문(禍福無門) 자작지얼(自作之孼)
  • 이형로
  • 승인 2024.06.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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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앙과 복이 오는 문 따로 없고, 사람이 부르는 것
- 음주운전과 거짓말, 스스로 재앙 초래…호미로 막을 일 중장비로도 안되는 형국
지당(芝堂) 이화자의 작품 ‘禍福無門(화복무문)’ ‘禍福同門(화복동문)’. 화와 복은 오는 문이 따로 없다는 말로, 운명적인 것이 아니고 사람이 스스로 부른다는 뜻이다. 트로트가수 김호중의 인기, 음주 뺑소니운전 거짓말의 결과는 화복무문의 뜻을 새삼 실감나게 한다. (사진=인터넷 캡쳐)

인기정상을 달리던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음주운전 뺑소니사건으로 한동안 떠들썩했다. 그는 마주오던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났다가 다음날 오후 4시쯤 경찰서에 출석했다. 그를 대신해 경찰서를 찾았던 매니저는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허위진술했고,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닉하려 했던 정황이 나타난 상태였다. 

음주운전을 강력부인하던 그는 예정된 공연을 마치고 여론이 악화되자 돌연 입장을 바꾸며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시작부터 일을 크게 만든건 가수 본인과 소속사다. 사고가 났을 때 내려서 조치를 취했다면, 그들의 주장대로 심하게 공황이 와 도주했더라도 허위자수를 시키지 않고 직접 출석했더라면, 공연을 강행하지 않고 경찰조사를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면 일을 더 키우지 않았을 방법과 기회는 많았다.

음주운전을 들키기 싫어 도주한 것부터가 스스로 일을 키웠던 것이다. 복(福)을 받아 잘 나가던 인기 가수가 스스로 부른 화(禍)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살아가면서 '좋은 일(福)'은 많이 생기고 '나쁜 일(禍])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그런지 선현들은 화와 복에 관한 많은 충고를 해주고 있다.

명심보감 계선편(繼善篇)에서는 ‘禍福無門 惟人自招 善惡之報 如影隨形 其有曾行惡事 後自改悔 久久必獲吉慶 所謂轉禍爲福也(화복무문 유인자초 선악지보 여영수형 기유증행악사 후자개회 구구필획길경 소위전화위복야)’라고 가르친다.

‘재앙과 복은 문이 따로 없고 오직 사람이 스스로 부른 것이다. 선과 악의 응보는 그림자가 형상의 뒤를 따르는 것과 같다. 전에 나쁜 짓을 했더라도 뒤에 스스로 고치고 뉘우치면, 오랫동안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전화위복이다’라는 뜻이다.

蟹網俱失(해망구실) 게도 구럭도 모두 잃었다는 말로 이익을 보려고 욕심을 내다 더 큰 손해를 본다는 뜻이고, 自作之孼(자작지얼)은 스스로 초래한 재앙이라는 뜻이다. 김호중은 음주 뺑소니운전을 감추기위한 거짓말로 형사처벌과 함께 인기도 잃게 됐다.(사진=인터넷 캡쳐)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화나 복이 오는 문은 정해져 있지 않다'라는 뜻의 '화복무문(禍福無門)'은 회남자 인간훈(淮南子 人間訓)편에서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예를 들어 말한 '화복동문(禍福同門)'과도 통한다. 결국 재앙이나 복은 모두 사람이 자초한다는 말이다.

맹자는 공손추장구(公孫丑章句) 상편에서 상서 태갑편(太甲篇)의 '天作孼猶可違 自作孼不可活'(천작얼유가위 자작얼불가활)‘이란 귀절을 인용해 경계의 지표로 삼았다. ’하늘이 내린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있으나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수없다‘는 말로, 여기서 스스로 지은 재앙이란 뜻의 '자작지얼(自作之孼)'이란 성어가 유래한다. 이를 요즘 우리 젊은이들은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란 줄임말로 대신하고 있다.

정약용이 지은 속담집인 이담속찬(耳談續纂)에 '해망구실(蟹網俱失)'이란 속담이 전해진다. 게를 잡으러 갯벌로 나갔다가 밀물이 들어오는데도 더 잡을 욕심으로 뭉그적거리다 갑자기 밀려오는 바닷물에 잡아놓은 게와 망태기마저 팽개치고 도망쳐 나왔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속담이다. '게도 못잡고 가져간 구럭(망태기)도 잃었다'는 뜻이다.

'달아나는 노루 보고 얻은 토끼 놓았다' 또는 '멧돝(멧돼지) 잡으려다 집돝(집돼지)까지 잃었다'는 우리 속담도 같은 뜻을 담고 있다. 

중국에선 '손가락이 아까워 손바닥을 잃는다'는 뜻의 '惜指失掌(석지실장)'이라 한다. 남사 완전부전(南史 阮佃夫傳)에서 유래한 성어다. 모두 욕심이 지나쳐 목적은 이루기는커녕 가지고 있던 밑천까지 다 잃은 경우를 빗대어 빈정거리듯 사용하는 말이다.

좋은 일과 나쁜 일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지만, 노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며 '화복의복(禍福倚伏)'을 얘기하는데 '재앙 속에 복이 있고, 복 속에 재앙이 있다'는 뜻이다. 

노자는 도덕경 제58장에서 ‘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 孰知其極 其無正 正復爲奇 善復爲妖 人之迷 其日固久(화혜복지소의 복혜화지소복 숙지기극 기무정 정부위기 선부위요 인지미 기일고구)’라고 풀이한다. ‘화는 복이 의지하는 곳이고, 복은 화가 숨은 곳이다.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그 정해짐이 없다. 바른 것이 기이한 것이 되고, 선한 것이 다시 요사스런 것이 되니, 사람들의 미혹함은 진실로 오래되었다."

노자는 눈앞의 복을 복으로만 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화의 뿌리(禍根)'를 아울러 살피라고 충고하고 있다. 또한 화는 그냥 화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복이 반드시 숨어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당황하지 말고 다음에 닥칠 상황을 미리 대비하라는 경계의 
메시지다.

복이란 넘쳐나는 재물이나 높은 지위•권력•명예 같은 것이 아니라, 천재지변이나 전쟁•질병 같은 환란이 없이 나와 가족과 이웃이 건강하고 한결같은 질서로 일상을 살아가는 그것이 복의 요체다.

노자는 배고플 때 음식을 맛나게 먹고, 검소하나 맵시있게 옷을 입고, 내가 속한 사회의 구성원과 화목하게 풍속을 즐기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참된 삶이요 복이라고 했다.(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其俗, 도덕경 제80장). 이런 것들이 어그러질 때가 화(재앙)다. 화는 이처럼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노자는 '화복의복'이라 했던 것이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으로 끝나고 벌금형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걸 특가법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사고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가 적용된 그는 법전에도 없는 ‘괘씸죄’까지 추가 적용되어 법적 처벌 이외에도 더욱 무겁고 무서운 대중의 처벌을 눈앞에 두고있다.

스스로가 불러온 거짓말로 호미로 막을 일을 중장비로도 막기 힘들게 일을 그르쳤지만, 모든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33살의 그가 어떤 행로를 갈지 두고볼 일이다. '재앙(화)을 토대로 복을 얻는다'는 '인화득복(因禍得福)'이란 말도 있으니.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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