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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20) 현양격고(懸羊擊鼓) 아마제령(餓馬蹄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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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20) 현양격고(懸羊擊鼓) 아마제령(餓馬蹄鈴)
  • 이형로
  • 승인 2024.08.2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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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거꾸로 매달아 치는 북소리, 말 발목 방울소리로 ‘주둔 위장후 철군’
- 금선탈각(金蟬脫殼)’ 사례들…'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냈다‘ 속담도
懸羊擊鼓(현양격고, 양을 거꾸로 매달아 북을 치게 한다)와 餓馬蹄鈴(아마제령, 말 발목에 방울을 매달다)는 송나라 장수 필재우가 침공한 금나라 군사를 물리치면서 사용한 계책에서 유래한 성어다. 상황이 어려울 때 요란한 소리로 주둔하고 있는 것처럼 적을 속여 공격하지 못하게 한후 무사히 철군해 후일을 도모한다는 뜻으로 金蟬脫殼(금선탈각)의 실제 사례이다. (사진=인터넷캡쳐)   

‘금선탈각(金蟬脫殼)’계가 실제 전투에서 어떻게 응용되었는가 살펴보면 흥미진진하다. 우선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찾아보자. 

제갈량(諸葛亮)은 한중 기산(祁山)에서 중원 정복을 위해 모두 6차례의 북벌 원정을 감행한다. 그러나 한번도 성공하지 못하고, 마지막 6번째 원정때 그동안 쌓인 피로가 누적되어 오장원(五丈原) 군영에서 병사한다. 제갈량은 촉군이 한중으로 퇴각시 군사의 손실을 막기위해 임종하기 전 강유에게 마지막 작전을 알려주니, 이것이 바로 '금선탈각'계다. 

강유는 제갈량 사후 그의 유촉이자 당부에 따라, 그의 죽음을 부고하지 않고 아군에게조차 철저한 함구를 명했다. 그는 제갈량의 영구(靈柩)와 함께 비밀리에 퇴각한다. 이때까지 이런 사실을 모른채 사마의는 부대를 파견해 촉군을 추격케 한다. 

한편 강유는 목공에게 제갈량과 닮은 목각인형을 만들라하여, 제갈량 평소의 트레이드마크인 우선관건(羽扇綸巾; 새의 깃털로 만든 부채와 푸른 실로 짠 두건)까지 갖춰 그가 생전에 타고다니던 수레에 앉힌다. 아울러 양의에게는 소수의 군사로 위나라 군대를 공격하라 명령한다. 

위군이 보니 촉군의 군용은 의외로 질서정연하며, 제갈량은 여전히 그의 수레에서 지휘하고 있지 않은가? 의심많은 사마의는 제갈량이 궤계(詭計)에 능함을 알고있기에, 이번에도 유인책이 아닐까하는 의심으로 부대는 철수시키고 촉군의 동향만 유심히 살피라 명한다. 

강유는 사마의가 병력을 퇴각시키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않고 즉시 주력부대를 신속히 후퇴시켜 안전하게 한중으로 철수한다. 얼마후 사마의는 제갈량이 이미 사망했다는 정보를 접하고 촉군을 추격했으나 이미 닭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 

이 고사에서 바로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냈다‘(死諸葛能走生仲達 사제갈능주생중달)는 속담이 생겼으며, 제갈량의 금선탈각계가 적중한 작전이었다. 비록 제갈량은 자신의 주검을 마치 매미의 금빛 나는 허물인양 남기고 우화(羽化)했지만. 

金蟬脫殼(금선탈각)은 매미가 껍질을 벗고 도망가다는 말로 주력부대가 그대로 있는 것처럼 위장해 적군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후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 후일을 도모한다는 뜻이다. 삼국지의 제갈량과 사마중달의 고사에서 유래한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냈다‘(死諸葛能走生仲達 사제갈능주생중달) 속담이 대표적 금선탈각의 계책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이후에는 금선탈각계가 어떻게 운용되었을까. 여진족이 금나라를 세워 송나라를 계속 핍박하니, 송은 수도인 개봉을 버리고 부득이 남쪽 임안으로 천도한다. 이에 조광윤이 창업한 북송시대(960~1127년)는 종말을 고하고, 남송시대(1127~1279년)가 시작됐다. 

그 후에도 금나라는 계속 중원 침공을 감행한다. 송나라 장수 필재우(畢再遇, 1148~1217)는 금군의 도발을 몇차례 저지해 명장이란 칭호를 얻게된다. 그러자 금군은 수만명의 기병(騎兵)으로 최후의 결전을 결심하게 된다. 

이때 송군의 병사는 고작 수천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적은 인마로 전투를 한다면 필패는 명약관화한 상황, 필재우는 후일을 도모코자 퇴각을 결심한다. 금군은 이미 송군의 코앞까지 들이 닥쳤다. 만일 송군이 이대로 후퇴한다면, 거의 몰살지경에 이르러 재기불능의 상태가 될것이다. 

필재우는 어떻게 하면 적군을 감쪽같이 속이고 우군을 안전하게 철수시킬까. 그는 길어져 가는 촛불의 심지를 몇번이나 자르며 밤새 숙고했고, 먼동이 틀무렵 말발굽소리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는 우선 비밀리에 철수할 부대를 안배한후 그날밤 군영의 모든 전고를 울리라 명한다. 북소리를 들은 금군은 적군의 야습 감행이라 여겨 응전준비를 철저히 했다. 

그러나 북소리와 말 울음, 방울소리만 요란할뿐 진격해오는 송 군사는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송군은 밤새 전고를 울려 금군의 수면을 방해했다. 금군 수장은 "이놈들 봐라. 우리 아군을 밤새 잠 못자게 해서 지치게 만든다는 피병지계(疲兵之計)를 쓰겠단 말이지. 좋아, 밤새도록 북을 쳐봐라. 내가 속을 줄 아느냐"며 섣불리 생각하고, 오히려 병사들에게 참고 기다리라고 했다. 

삼일째 되던 아침, 송군 진영의 북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하자, 금군 수장은 송군이 제풀에 지쳤다고 단정했다. 금 수장은 부대를 몇으로 나누어 송 진영을 포위하게 한다. 그때까지도 송군은 눈치를 못챈 듯 전혀 반응이 없었다. 돌격명령이 떨어지자 금군은 물밀듯이 적진에 들이닥쳤다. 그러나 웬걸! 송 진영엔 개 한마리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때서야 송군이 벌써 도주했다걸 알고 금군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매미는 이미 허물을 벗고 날아간 뒤였다. 

그렇다. 필재우는 금선탈각계를 썼던 것이다. 그는 말발굽 소리를 듣고 힌트를 얻어, 수십 마리의 산양을 잡아 나무에 거꾸로 매달게했다. 그리고 버둥대는 양들의 발 앞에 북을 갖다 놓으라 했다. 그러자 거꾸로 매다린 양들은 바둥대며 지쳐 죽을 때까지 이틀 밤낮 북을 쳐댔던 것이다. 

아울러 굶주린 말 발목에 방울을 달아 풀어놓으니 말들은 서로 풀을 먼저 뜯겠다고 움직여 방울소리를 요란하게 낸 것이다. 이 고사에서 '양을 거꾸로 매달아 북을 치게 한다'는 '현양격고(懸羊擊鼓)'와 '굶주린 말 발목에 방울을 매달다'는 '아마제령(餓馬蹄鈴)' 성어가 유래했다. 

이렇게 적군을 보기좋게 속이고, 이틀 동안이란 시간을 번 송군은 안전하게 철군을 했다. 말이 좋아 철군이지 사실은 뒤도 돌아볼 시간도 없이 도주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군의  불리함을 알고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작전상 도주하는 삼십육계의 마지막 계책인 '주위상계(走爲上計)'가 아니던가. 

이처럼 작전상 후퇴를 하기위해, 전체적인 국면으론 '금선탈각'이란 틀에서 그리고 양을 이용하여 적을 속인 '현양격고'의 계책을 쓰고, 마지막으론 삼십육계의 마지막 '주위상계(走爲上計)'를 썼다.  

이같이 하나의 작전에는 얽히고 설킨 여러 계책이 사용된다. 이것이 또한 삼십육계의 35번째 계책인 '연환지계(連環之計)'인 것이다. 

모든 매미 유충이 탈각해 우화에 성공할 수는 없다. 매미 성충이 알을 수백개 낳는데 모두 성충이 된다면 그야말로 생태교란을 넘어서 자연재해가 될 것이다.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작전이 성공할 수는 없다. 훌륭한 장수 밑에서 잘 훈련된 병사가 있어야 그 작전은 성공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청사(靑史)에 길이 남는 것이 아닌가.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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