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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태문 박사의 VINA프리즘] (25) 중산층 사회를 향한 베트남의 도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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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태문 박사의 VINA프리즘] (25) 중산층 사회를 향한 베트남의 도전(하)
  • 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농업경제학박사)
  • 승인 2019.12.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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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DI 유치확대의 부작용…임금•사회보험료 체불 사회문제로 떠올라
- 성장 과실 고루 돌아가는 정책 필요…부정부패 척결, 공정한 노동 등
지난해 12월 FDI 신발회사 VENUS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lao dong)

고도성장을 거듭하는 베트남 경제도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북부 하이퐁시 ‘카이야 베트남 의료회사’의 사장이 사라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만인이 운영하는 이 회사는 종업원수가 2,500여명이나 되는 큰 기업이다. 체불액이 약 463억원(3,930만달러)으로 엄청나다. 종업원들은 체금임금 지불을 요구하며 지난 8월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실패한 외투기업에는 한국기업들도 많다. 남부 동나이성의 섬유업체들, 호치민의 의류업체, 다낭에도 섬유업을 하는 한국업체들이 임금 및 사회보험료 체불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다낭시가 2018년 10월말까지 기업체 1,432개를 조사한 결과 사회보험, 건강보험, 실업보험료 등을 3개월 이상 미납업체에서 총 86억7,600만원의 체납사실을 확인했다.

◆외자유치기관과 세무, 사회보험기관 연계부족…외투기업 실패사례 공유안돼

경쟁력이 떨어진 외투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기업주, 관리자들이 모국으로 야반도주하는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남은 종업원들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으로 맞선다. 외투기업 중심의 임금체불, 파업 등이 사회문제로 비화하자 베트남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촉진하기 위해 ‘외국인투자기업 유치 지원법’을 시행하고 있다. FDI로 베트남 경제가 고속성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가 승인해준 외투기업에서 실패 사례가 나오면서 외투법의 맹점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노동조합총연맹(VGCL)과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6월4일 ‘사업자의 폐업, 파산의 경우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 보호에 관한 경험 공유’를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VGCL은 사회보험, 실업보험, 임금 체납 등 다양한 문제가 외투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2018년 10월 기준, 외투기업의 사회보험 체납액은 2억9,000만달러, 체불임금 노동자수는 6만 명이다. 이들 수치는 FDI기업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워크숍에서는 FDI를 촉진・유치 기관인 기획투자부와 세무당국, 사회보험기관과의 연계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됐다.

정부 기관간의 약한 연결고리 때문에 외투기업의 부정이나 실패사례가 정부기관 간에 전혀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법으로는 외투기업이 탈법행위를 하고 기업경영에 실패하더라도 가벼운 처벌만 받고 끝나게 돼있다. 모든 불이익은 베트남 노동자가 받게 된다는 것이다. FDI의 긍정적 이면의 그림자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환경문제도 앞으로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환경친화적 외투기업에 대한 투자금지 주장이 대표적이다. 한물간 낮은 수준의 기술과 장비를 투자하는 외투기업을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기업은 베트남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베트남을 기술적 쓰레기 매립장화하여 대외이미지를 추락시키기 때문이다.

◆저급기술, 환경오염 기업 유치 중단 움직임 대두

베트남 경제가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기 위해서는 중산층을 주류화해야 한다. 중산층의 긍정적 파급효과는 이들의 높은 소비선호도에서 확인되었다.

경제발전의 과실을 어떻게 하면 중산층이 더 많이 가져가도록 할 것인가에 정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 제시한 네 가지는 공정 노동을 위한 제도적 보완 장치라고 생각된다.

첫째, 부패와의 전쟁 선포이다. 베트남 정부는 권력서열 1, 2위를 겸하고 있는 응우엔 푸 쭝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강력한 사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기업탈세, 공무원비리 단죄를 위한 부패 청산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중이다. 벌써 60여명의 고위 공직자가 징계를 받았다. 공공분야 부패, 권력과 부의 유착, 빈부격차 확대, 중산층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를 척결하고 있다.

둘째, 외국인투자기업 관리의 대폭 강화이다. VGCL은 외투 기업주의 야반도주 방지를 위해 ‘외국인의 출입국 관리법’ 개정을 요구하였다. 불법을 저지른 기업주의 베트남 출국을 금지하는 조항 추가는 공정노동 관행을 가져올 것이다.

셋째, 지방정부가 경영위기를 맞은 기업을 조기 확인하고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다낭시가 2018년 12월 수립한 ‘기업주들의 사회보험료 미납방지 대책’이 좋은 사례다. 외투기업이 사회보험료를 3개월 체납하면 주무부서인 노동보훈사회국은 자동적으로 해당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노동법준수 여부, 사회보험료 체납사유 등을 조사한 뒤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사법기관에 의뢰한다. 중앙정부 정책으로 확대 추진하면 공정노동 관행이 단기에 정착될 것이다.

넷째, 노동시간 균등화를 위한 법제화이다. 베트남의 노동시간은 공공부문 주 40시간(월~금, 8시간), 민간부문 주 48시간(월~토, 8시간)이다. 한국인의 감각으론 이러한 차이가 이해가 안 되지만 베트남에서는 현실이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노동시간 불균등을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국회가 나섰다.

응웬 푸 쫑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비나폰의 AVG 인수비리 관련 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VOV)

◆응웬 푸 쫑 서기장, 부패와의 전쟁선포…노동시간 불균등도 해결돼야

국회의 노동시간 개혁 작업은 민간부문 노동시간을 4시간 줄이는 선에서 검토되고 있다. 입법화가 되어도 민간은 공공부문보다 여전히 4시간이 많다. 민간부문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속도조절이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노동시간 균형화가 실현될 것이다.

노임전쟁에서 패한 기업들은 시장을 옮겨 다닌다. 노임을 쫓는 기업은 단기이익에만 매몰되어 장기이익은 등한시한다. 저임금 선호 기업들은 과연 어디까지 이동할 수 있을까?

한가지 우문현답과 같은 Q&A를 보자. ‘자본주의는 언제까지 갈 것인가?’ 란 터무니없는 질문에 현명한 답은 이렇다. “아프리카 시장까지 한국과 같은 임금수준이 되면 자본주의는 끝난다.” 간명하지만 시사점이 있다.

인건비가 경쟁력의 원천인 기업은 더 싼 시장으로 이동한다. 기업규모가 작든 크든, 노임을 경쟁력으로 삼는 기업은 낮은 인건비가 기업의 존립 조건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동할 곳이 없는 아프리카까지 갔다면, 그리고 그곳의 인건비가 한국시장과 같아진다면 그 기업은 이동을 멈추고 사라질 것이다. 모든 기업이 이런 행태라면 자본주의는 쇠퇴하거나 다른 경제시스템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상당수 외투기업은 낮은 인건비가 첫 유인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환경적, 사회적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시민도, 노동자도 기업과의 공존을 요구한다. 베트남 정부의 정책지원과 더불어 노동자와 기업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투기업도 베트남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기업으로 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터를 잡은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기업경영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석태문 박사의 칼럼은 본지와 '뉴스퀘스트'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석태문 박사는
경북대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경상북도 능금산업 발달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대구경북 지역 사회 및 경제발전 관련 연구활동을 활발히 하고있으며 지난 3월부터 베트남 다낭사회경제연구원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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