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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22) 강퍅자용(剛愎自用) 사심자용(師心自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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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22) 강퍅자용(剛愎自用) 사심자용(師心自用)
  • 이형로
  • 승인 2024.09.23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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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말 듣지않고 내 주장만 고집하며 제 뜻대로만 하는 불통
- 지도자가 피해야할 첫 번째 덕목 ‘독선’
강퍅자용(剛愎自用)과 사심자용(師心自用)은 남의 말은 귀담아 듣지않고 자기주장만 고집하면서 제 뜻대로만 하는 ‘고집불통’을 말하는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피해야할 언행이며 특히 지도자에게는 더욱 해당되는 말이다. (사진=이형로) 

예년에는 여름이 아무리 길고 덥다해도 처서가 지나면 적어도 아침 저녁으론 제법 선선했다. 작년만 해도 한여름에 그렇게 울어대던 매미가 처서가 지나니 울음을 멈추고 자기 자리를 귀뚜라미에게 양보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24절기 공식이 전혀 적용되지 않아 처서가 지났어도 2주 이상이나 더 울어대던 매미였다. 기후학자는 이상기후 탓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매미 유충이 성충이 되며 나무 위에 벗어놓은 허물이 늦게까지 눈에 띄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1737~1805)은 이덕무(李德懋)와 박제가(朴齊家)가 어렵게 벼슬길에 오르자 그것이 기뻐 홍대용(洪大容)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炯楚輩遷喬 可謂奇矣(형초배천교 가위기의)
盛世抱珍 自無遺捐(성세포진 자무유연)
從此得霑微祿 足以不死(종차득점미록 족이불사)
安可責人如枯蟬抱木(안가책인여고선포목)
竅蚓飮泉而已矣(규인음천이이의)

"형암(炯菴. 이덕무)과 초정(楚亭, 박제가)이 관직에 나아가니 기이하다 할만합니다. 
태평성세에 뛰어난 재능이 있으니 절로 버림받지 않은 것이지요. 
이제부터 하찮은 녹봉이나마 받게되어 굶어 죽지는 않겠습니다. 
어찌 사람에게 허물 벗은 매미가 나무에 붙어 살 듯
구멍속 지렁이가 샘물만 마시듯 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한방에서 선태(蟬蜕) 선퇴(蟬退) 또는 선의(蟬衣)라 불리며 약재로 쓰이고, 병법에서는 금선탈각(金蟬脫殼)계의 소재가 되는 매미의 허물이다.(8월12일자 119회 칼럼 참고) 

그런데 이 글에서는 '매미 허물이 나무에 달라붙어 있다(枯蟬抱木 고선포목)'는 뜻으로 아무것도 지닌 것 없는 빈한한 삶의 비유로 쓰였다. '구멍 속의 지렁이가 지하수만 마신다(竅蚓飮泉규인음천)'란 말도 같은 의미다. 

枯蟬抱木(고선포목)은 매미 허물이 나무에 붙어있다는 뜻으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빈한한 삶을 비유하는 성어이다. '구멍 속의 지렁이가 지하수만 마신다(竅蚓飮泉규인음천)'란 말도 같은 의미다. (사진=이형로)

매미는 예로부터 문•청•렴•검•신(文淸廉儉信)의 다섯가지 '지극한 덕을 갖춘 곤충(至德之蟲 지덕지충)'이라 하였다. 이 가운데 다섯째 덕목이 신덕(信德)이다. 매미는 철에 맞추어 물러날 때를 알고 다음의 귀뚜라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신의(信義)가 있어서이다.(2020년 8월10일자 24회 칼럼 참고) 

그런데 올여름에는 그런 신의를 지키지 못한 매미였다. 그래서 그런지 온힘을 다해 탈각한 증표인 껍질이 올여름만큼은 남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고 고집스레 자리에만 연연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물론 매미 자신은 이상기후로 찌는듯한 더위 탓을 할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춘추시대 진(晉)과 초(楚)나라의 전쟁은 지리멸렬, 승부가 나기도 전에 초나라 군사들이 후퇴를 했다. 이에 진나라 주장 순림보는 추격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부장 선곡(先縠)은 명령을 따르지 않고 후퇴하는 초군을 추격했다. 

추격해 오는 진나라 군대를 보고 손숙오는 계속 후퇴하자고 했지만, 대부 오삼(伍參)은 초장왕을 찾아가 맞서 싸우자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그 이유를 ‘晉之從政者新 未能行令 其佐先縠剛愎不仁 未肯用命 篳此行也 晉師必敗(진지지종정자신 미능행령 기좌선곡강퍅불인 미긍용명 필차행야 진사필패)’라고 말했다. 
 
‘진나라 주장 순림보는 임명된지 얼마 되지 않아 명령이 잘 먹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장인 선곡은 고집이 세고 인정머리가 없기 때문에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 반격하면 진나라 군대를 분명 패퇴시킬 수 있습니다‘ 

초장왕은 선곡의 말을 믿고 손숙오로 하여금 반격케해 대승을 거두었다. 이 일화는 춘추좌전 선공(宣公) 12년에 실려있는데 여기에서 고집불통이란 뜻의 '강퍅(强愎)'이란 말과 환공(桓公) 13년에 나오는 자기만 옳다고 여긴다는 뜻의 '자용(自用)'이란 말이 함께하여 '강퍅자용(剛愎自用)'이란 성어가 만들어졌다. 남의 말은 귀담아 듣지않고 자기주장만 고집하면서 제 뜻대로만 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이다. 

강퍅자용과 비슷한 뜻의 '사심자용(師心自用)'이란 말이 있다. 북제(北齊)의 안지추(顔之推, 531~591)는 안씨가훈(顔氏家訓) 문장(文章)편에서 글을 쓰는 요령에 대해 ‘愼勿師心自任 取笑旁人也 신물사심자임 취소방인야)’라고 조언한다. 

‘좋은 글을 지으려면 먼저 친구와 의논하여 비평과 수정을 가하고, 펴내도 좋을지를 알아보고 난 후에 탈고해야 한다. 부디 자신 생각만 믿고 마음대로 하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도록 하라." 

‘마음을 스승으로 삼는다(師心)’는 말은 자기 생각은 언제나 옳다는 독선적이라는 뜻으로, 자기가 생각하는 일만 옳다고 고집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또한 강퍅자용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며 독선적인 행동을 비유한 말이다. 

무릇 한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라면 강퍅자용•사심자용의 태도는 마땅히 버려야 한다. 성인이라는 공자도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물어 보아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不恥下問 불치하문, 2021년 5월3일자 43회 칼럼 참고).'  

그런 태도를 고집하는 지도자라면 아랫사람이 아무리 충간(忠諫)을 한다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정책은 최대한 민의를 수렴해 세워야하는데도 그런 태도로 일관한다면 국민의 원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주위의 어느 누구도 참된 말을 진언(進言)하지 못할 것이며 또한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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