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주류브랜드 도약 위해 해외진출 박차
2005년 4월1일, 진로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됐다. 매각주간사 메릴린치증권에서 나온 이름은 '하이트 컨소시엄'. 맥주1위 하이트맥주가 소주1위 진로를 인수한 것이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희망이 현실화된 순간이기도 하다.
하이트맥주는 진로 인수를 누구보다 원했다. 박문덕 회장이 직접 "이런 좋은 회사가 없습니다. 진로처럼 '선(先)지불 후(後)입고'(돈을 먼저 줘야 물건을 가져갈 수 있는 방식)로 영업하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드물 것입니다. 여러 기업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가능하면 인수할 생각입니다. 물론 희망사항이지만•••"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했을 정도다.
하이트맥주는 진로 인수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준비했다. 박 회장이 직접 지휘봉을 잡고 인수전을 펼쳤다. 무모해 보일 만큼 큰 3조원을 베팅할 정도였지만 박 회장이 직접 함구령을 내리면서 외부에 비친 모습은 고요하기만 했다.
그 때문에 당시 시장에서는 하이트를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지않았다. 하이트맥주가 자금조달을 위해 한국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한국산업은행, 새마을금고연합회, 산은캐피탈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는데도 진로 인수전을 롯데, CJ, 두산 3파전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이트맥주의 전략은 곧 국내 주류시장 '천하통일'로 이어졌다. 절실함을 넘어 '다시 2등이 되는 것은 곧 죽음'이라는 절박함이 만들어 낸 결과이기도 하다. 당시 주류시장 구도 때문인데, 진로가 타사의 손에 넘어가면 하이트맥주는 존망의 기로에 설 수도 있었다.
국내 토종 주류회사로의 생존을 위해서도 진로 인수는 꼭 필요했다. 당시 정부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움직임은 하이트맥주에게는 또 다른 위협이었다. 일본•미국•대만 등과 FTA 체결로 주류 무관세가 이뤄지면 국내 맥주시장의 판도는 또 한번 바뀔 수밖에 없었다. 선진국 유명브랜드 등에 대응해 토종 주류회사가 살아남는 길은 자체경쟁력 제고였고, 하이트맥주에게는 진로 인수가 그길이었다.
1996년 OB맥주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선 당시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58%대. '국민주(酒)' 진로는 55%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두 회사를 합치면 매출이 1조5538억원, 영업이익은 3683억원에 달했다.
진로와 하이트맥주가 한가족이 된 초창기 가장 큰 과제는 양사의 기업문화 융합이었다. 이를 위해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사장단을 비롯 팀장급 간부 총 133명이 1박2일 한가족 한마음 행사도 진행했다. 그동안 다른 문화 속에 지내온 양사의 임직원들이 서로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화합할 수 있는 계기 마련 차원이었다.
하이트맥주는 이후 진로와 합병하며 '하이트진로'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는 국내 토종 주류업체로 일본시장을 넘어 중화권 시장과 북미권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바탕이 됐다. 실제 현재 하이트진로는 진로 소주를 위스키, 와인, 테킬라, 보드카의 명성에 버금가는 ‘세계적 브랜드’로 육성 방침을 세우고 세계 곳곳으로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23개 계열사에 매출 2조2000억원, 영업이익 1741억(2021년도 연결기준)의 우량기업으로 성장했고, 대기업집단 재계서열 66위로 우뚝 섰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해외 매출 1조원 시대, 이를위해 하이트진로는 비전 2024를 세우고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